B-4 2026 년 10 월 30 일- 2026 년 11 월 5 일 재정 / 교육
부유층은 대학 지원서에 부유한 티 숨겨
부유층 자녀의 특권 드러나는 것 원치 않아
< 김선영 기자 > 부유층은 자녀의 대학 지원서에서 부유한 티를 덜 내는 법을 배우고 있다. 가족을 태우 고 여러 대학 캠퍼스를 오가는 전용기( private jet) 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져 있 다. 한 경쟁 업체는 ' 엘리베이션 익스피리언 스( Elevation Experience)' 라는 이름으로 학생과 학부모 한 쌍당 30만 달러를 받고 7 개 대학을 둘러보는 4일간의 투어 상품을 내 놓았다.
이 일정에는 걸프스트림 G650 전용기, 전 용 활주로에서의 픽업, 운전기사가 딸린 차 량, 포시즌스 호텔, VIP 컨시어지 서비스, 엄 선된 식사, 심지어 명품 여행 가방까지 포함 되어 있다. 해당 업체는 이 특별한 경험이 대 학 입시에서 가족들에게 ' 전략적 우위 ' 를 제 공한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 설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이 런 의문이 든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상품일 까? 과연 초부유층은 이런 상품을 이용할까? 아이비리그 대학의 입학 사정관을 거쳐 현재 대학 입학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입시 컨 설팅 전문가는 이 질문에 대해 절대 아니라 고 답한다. 수십년 동안 실제로 재계 거물, 국가 원수, 유명 인사들의 자녀를 포함한 수많은 부유층 가족과 함께 대학 입시를 지도한 교육 컨설팅 전문 업체는 합격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엘 리트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고액의 수임료를 받고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의 일급 대학 컨설팅 업체는 부유층 가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들의 고객들은 대체로 자녀가 누리는 특권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들은 가족당 30만 달러짜리 전용기 행렬에 다른 학생-학부모 여섯 쌍과 함께 몸을 싣고 캠퍼스에 우르르 내렸다가, 설상가상으로 입 학 사정관이나 일반 대학생들의 눈에 띄는 위 험을 감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대 학 입시 업계가 수십 년에 걸쳐 깨달은 사실, 즉 ' 부는 기회의 문을 열어줄 수 있지만, 이를 과시하는 것은 그 문을 쾅 닫아버릴 수도 있 다 ' 는 점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다.
이전에는 부를 과시하는 경향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20 년 전만 해 도 지원서에는 입학 사정관의 눈살을 찌푸리 게 할 만한 단서들이 흔히 담겨 있었다. 학생이 다녀온 코스타리카 ' 봉사 활동 ' 비용 이 입학 사정관의 연봉보다 많은 경우도 있 었다. 학생들은 햄튼( Hamptons) 에서 여름 을 보냈는데, 이는 휴가조차도 이력서에 한 줄 추가할 수 있는 활동이어야 했기 때문이 다. 즉, 미국의 부유층이 주로 가는 휴가지에 서 봉사 활동을 했다는 식으로 지원서에 드러 내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들은 어머니가 다니는 유력 로펌이나 아 버지가 운영하는 자산 관리 회사에서 인턴십 을 했는데 이는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이는 대부분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다.
문제는 이 학생들이 부유하다는 사실 자체 가 아니었다. 입학 사정관들도 그 사실은 알 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문제는 특권을 과 시하는 듯한 그들의 지원서 내용이 마치 부모 가 대신 이력서를 작성해 준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결국 많은 부모가 이 를 깨닫게 되었다. 오늘날 세련된 감각을 지 닌 가정들은 특권이 밖으로 어떻게 비치는지 에 대해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들은
과거와 달리 지금은 벼락부자가 적다는 의미 특권을 굳이 고시할 필요 없다고 판단
햄튼( Hamptons) 에서의 휴가를 떠벌리거나, 유력 인사인 지인에게 추천서를 부탁하거나, 혹은 유명한 이름만으로 입학이 보장될 것이 라 믿는 일을 지양한다. 지난 몇 년간 클린턴 전 대통령의 추천서를 본 적이 없는데, 예전 에는 매년 적어도 한 통씩은 볼 수 있었던 것 과 비교하면 이는 꽤나 신선한 변화다.
은밀한 고급과 드러나지 않은 부로 변화 그런 의미에서 대학 입시는 ' 조용한 럭셔 리( quiet luxury)' 와 ' 스텔스 웰스( stealth wealth, 드러내지 않는 부)' 를 향한 더 광범 위한 문화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오늘날 이웃의 백만장자는 운전기사가 딸린 벤틀리에서 내리는 할리우드 거물이 아닐 수 도 있다. 자동차 부품 체인점이나 배관 업체 를 운영하는 사람일 수 있고, 그런 사람이 수 천만 달러의 자산가라는 사실을 전혀 모를 수 도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 다. 오랫동안 ' 벼락부자 ' 의 전형적인 이미지 는 새로 얻은 부를 필사적으로 과시하는 사람 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세련된 부유층은 정반 대의 태도를 보인다. 로고는 사라지고, 휴가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떤 가정들은 자녀가 대학에 지 원하는 순간 ' 조용한 럭셔리 ' 가 주는 교훈을 잊어버리는 듯하다. 그들은 고가의 여름방학 프로그램, 이색적인 봉사활동, 인맥, 그리고 그 비용이 얼마인지 대놓고 드러내는 경험 들로 이력서를 지나치게 화려하게 꾸민다. ' 스텔스 웰스 ' 의 시대에, 일부 대학 지원자와 그 부모들은 꼭 배워야 할 교훈이 있다. 그것 은 바로 ' 특권을 가졌다면 굳이 그것을 증명 할 필요가 없다 ' 는 사실이다. 하지만 전적으
로 가족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세련된 가정들 이 특권의 이미지에 대해 배운 점과, 일부 대 학 입시 컨설팅 업체 및 대학 자체가 그들에 게 계속해서 판매하려는 상품 사이에는 여전 히 상당한 괴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엘리트 여름방학 프로그램 시장을 예로 들 수 있다. 학생들은 명문 대학에서 1 만 달러가 넘는 프 로그램에 등록한다. 표면적으로는 학문적 관 심사를 추구하기 위해서지만, 실제로는 대학 입학처의 눈에 띄기를 바라는 가족의 기대 때 문인 경우가 많다.
스탠퍼드 대학의 학부 입학처장에 따르면, 단지 입학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생각만으 로 여름방학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말라고 학 생들에게 경고한다. 다시 말해, 입학처에 좋 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1 만 달러를 쓰지 말 라는 것이다. 입학 경쟁이 매우 치열한 대학의 입학 사정 관들은 단순히 비용이 많이 드는 경험을 가장 많이 쌓은 지원자를 찾는 것이 아니다. 그 대 신 그들은 주도성, 인성, 그리고 진정한 지적 호기심을 갖춘 학생을 찾는다. 이들은 자신만 의 길을 멋지고 독특한( wonderfully weird)' 방식으로 개척해 나가는 학생들을 원한다.
대학은 성실하고 지적 호기심 있는 학생 찾아 난이도 높은 수업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 고 시험에서 만점이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고 해서 학생이 매력적인 인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성적은 단지 지원 자격을 갖췄음을 보여줄 뿐이며, 자격을 갖춘 지원자 는 수천 명에 달한다. 이런 명문 대학의 신입 생 정원은 단순히 자격 요건을 충족한 지원자 를 모두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목표는 입학 사정관이 그 학생을 응 원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 전 용기 ' 이야기로 돌아가면 다른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십 대 자녀를 온갖 특권의 상징으 로 둘러싸는 데 30 만 달러를 쓰면서, 동시에 입학 사정관에게는 그 아이를 독립적이고 진 정성 있으며 주도적인 인물로 봐 달라고 요 구하는 것은 어딘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G650 전용기가 학생의 지적 호기심을 키워주 지는 않는다. 포시즌스 호텔 스위트 룸이 주 도성을 증명해 주지도 않는다. 명품 가방이 인품을 대변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재미있는 점은, 그 모든 과정을 거치고도 학 생이 여전히 일반적인 캠퍼스 투어에 참여하 는 것이 유리하다는 사실이다. 대학 방문은 무엇보다도 하나의 통과 의례이자, 학생이 캠 퍼스를 직접 경험하고 입학에 대한 진정한 관 심을 보여줄 기회이기 때문이다. 4 일간의 호화로운 개인 일정으로 VIP 대우, 전담 기사가 딸린 차량, 고급 식사를 즐길 수 는 있겠지만, 이것이 실제 캠퍼스 생활을 경 험하거나 대학 측에 입학 의사를 공식적으로 알릴 수 있는 일반 캠퍼스 투어 등록을 대신 할 수는 없다. 결국 언젠가는 기사가 운전하 는 SUV 에서 내려, 평범한 대학생들과 섞여 야 하는 순간이 오는 것이 대학 생활의 현실 이다. 대학 입시는 이미 과열된 경쟁의 장이 되었 다. 부유한 가정은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계 속해서 막대한 비용을 지출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현명한 가정은 역설적인 사실을 이해하 고 있다. 즉, 자녀가 누릴 이점을 노골적으로 만들어줄수록, 그 아이를 주도적이고 진정성 있으며 호감 가는 인물로 보이게 하기는 더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입학 사정관들이 학생들을 응원하고 싶게, 꼭 껴안아 주고 뽑아주고 싶게 만드는 경우 가 있다. 흔히 높은 상공에서 세상을 보면 시 야가 넓어진다고들 하지만 땅에 온전히 발을 붙이고 앞날을 헤쳐 나가기 위한 상황 파악을 모두 끝낸 모습을 보여주는 학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