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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실적 발표가 사라진다

증권거래위원회 분기별 실적 발표 폐지

< 김선영 기자 > 증권거래위원회( SEC) 는 상장 기업이 분기 별 실적 보고 의무를 폐지하고 반기 단위로 재무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 안을 제시했다. 이 제안은 이미 예견된 수순 이었다.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은 분기별 보 고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고, 증권거래 위원회 폴 앳킨스 위원장도 즉각 대통령의 구 상에 동조했다. 대통령과 증권거래위원장 모두 분기별 보고 의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 지만, 그 근거는 서로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 은 경영진이 장기적인 재무 건전성보다 단기 적 성과를 추구하는 경향인 ' 단기주의( shorttermism)' 를 완화하기 위해 반기 보고로 전 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앳킨스 위원장 은 증권거래위원회의 해당 규정이 기업과 투 자자가 각자의 사업 필요에 가장 적합한 중간 보고 주기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가로막아 왔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분기별 보고가 단기주의 유발?
단기주의는 보고 의무를 완화하기 위한 정 치적으로 편리한 명분이 될 수 있지만, 단기 주의의 폐해를 뒷받침하는 실증적 근거는 빈 약하다. 우선, 1970 년 현대적인 분기별 보고 제도가 도입된 이후 미국의 금융 시장과 기 업 투자( 연구 개발) 는 크게 성장했다. 물론 이 런 상관관계를 단순화해서 해석하는 데는 무 리가 있겠지만, 2018 년 실증 연구 문헌을 검 토한 결과에 따르면 단기주의 가설이 제시하 는 거시적 예측들은 대체로 입증되지 않았거 나, 개연성이 없거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 타났다. 단기주의의 증거로 가장 흔히 거론되는 자 사주 매입조차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 한다. 예를 들어, 하버드대의 최근 연구에 따 르면, 17 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자사주 매입이 허용된 이후 기업 투자가 감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8 ~ 10 %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 었다. 또한 현 행정부가 보고 의무 완화의 근 거로 단기주의를 내세운다는 점은 다소 의외 다. 일부 입법가들은 정부 감독 강화, 보고 의 무 확대, 심지어 증세의 명분으로 단기주의를 거론해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주의에 대한 반증 이 보고 의무 완화의 타당성까지 훼손하는 것 은 아니다. 증권거래위원회( SEC) 가 보고 주 기를 결정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논 란도 커지고 있다. 위원장은 이번 제안을 발 표하며, 반기 보고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 자 기 결정권의 회복 ' 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했다. 즉, 기업과 투자자가 분기별 보고를 원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하고, 반대로 반기 보고 를 원한다면 그 또한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 이다. 이런 주장은 올바른 원칙에 입각한 것 이다. 그러나 이 원칙은 이번 제안의 범위를 넘어 선다. 역사적으로 기업 공시는 자발적 필요 성, 거래소 상장 규정, 또는 법률에 의해 이뤄 져 왔고 의회가 1934 년 증권거래법 제 13 조( a) 항에 분기 보고 의무를 명시하기 전부터, 뉴 욕증권거래소 상장 기업들은 이미 분기별로 실적을 보고하고 있었다( 물론 당시 재무 보고 의 내용은 지금과 상당히 달랐다).
최근 영국의 사례는 금융시장이 스스로 적 절한 방식을 찾아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타

반기별 실적 발표 전환은 기업 투명성 약화 자본 시장에서 개인 은퇴 계좌까지 영향

당함을 보여준다. 영국은 2007 년에 분기 보 고를 의무화했다가 2014 년에 이를 폐지했다. 그럼에도 영국 기업의 약 91 % 는 2015 년 말 까지 분기 보고를 계속했다. 2017 년경에는 FTSE 100 지수 편입 기업의 약 40 % 가 반기 보고 체제로 전환했다. 골드만삭스 Goldman Sachs) 의 보고서에 따르면, 보고 빈도는 기 업 가치 평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보고 빈도는 비용에 영향을 미쳤 다. 증권거래위원회 자체 경제 분석에 따르 면, 반기 보고로 전환할 경우 기업은 연간 약 198,000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런 비용 절감 효과가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증권 거래위원회는 매출 규모에 비례해 비용 효율 성이 떨어지는 탓에 소규모 발행 기업이 상대 적으로 더 큰 규제 준수 부담을 겪을 수 있다 고 지적했다.
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 분기 보고가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했던 단 기주의( short-termism) 를 초래했다는 증거 는 없다. 분기 보고는 뚜렷한 이점 없이 상당 한 비용만 발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영 국의 사례는 기업에 선택의 자유를 부여하더 라도 기업 가치 평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 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주의 는 여전히 정치적 희생양으로 남아 있다. 이런 점에서 앳킨스 위원장과 SEC 는 원칙 에 충실한 접근 방식을 취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단기주의( short-termism) 가 실재 하는지 논쟁하기보다는, 이 제안은 보고 빈도 가 기업과 투자자가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 라는 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기업이 투자자에게 얼마나 자주 실적을 보고할지는 정부가 아닌 기업과 투자자 간에 결정할 사안 이어야 한다. 만약 이 규정이 시행된다면, 그 영향은 자 본시장에서부터 개인의 은퇴 저축 계좌에 이 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장 기업이 3 개월마다 실적을 공시해야 했 던 기존의 의무 규정을 폐지하고, 대신 6 개월 마다 공시할지 여부를 선택한다. 증권거래위
원회는 실적 발표에 더해 두 가지 목표가 있 다고 밝힌다. 하나는 재무제표 작성에 따르 는 기업의 규정 준수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고, 다른 하나는 단기 실적에만 집착하는 대 신 장기적인 관점의 계획 수립을 장려하는 것 이다. 최종 결정은 올해말에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다소 지엽적이거나 복 잡한 사안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2026 년 5 월 의견 수렴을 위해 이 제안이 공개된 이후 말 그대로 기록적인 수준의 반대 여론이 형성되 었다. 현재까지 28 만 건 이상의 의견서가 접 수되었는데, 그중 대다수가 반대 의견이었다. 비교하자면, 지난 30 년간 417 건의 다양한 제 안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집계된 총 의견서 수가 65,000 건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사람들은 증권거래위원회의의 공시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고 접수된 의견들의 전반적인 여론 흐름을 파악한다. 분석 결과, 이런 반발 의 주된 원인은 보고 주기가 길어지면 핵심 정보가 더 오랫동안 공개되지 않게 되어 투 자자들이 기업의 성과와 의사결정 과정을 감 시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런 투명성 저하는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한 다. 바로 기업의 자본 조달 비용이 상승할 가 능성이다. 외부 감시가 줄어들면 투자자들은 기업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지므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수 있다. 이는 곧 기업 이 주식 발행, 대출, 채권 발행 등 어떤 방식을 통해서든 자금을 조달할 때 불확실성에 대한 대가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함을 의미한 다. 요약하자면, 자본 조달 비용과 투명성 사 이에는 상충 관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반대 여론의 거센 물결 기업이 공개 상장 기업이 되려면 해당 절차 를 관장하고 규제하는 증권거래위원회에 등 록해야 한다. 일단 상장되면 기업은 3 개월마 다 재무 실적을 공시해야 하는데, 이는 1970 년부터 시행되어 온 규정이다. 해당 기관은 새로운 규정을 발표할 때마다 다른 정부 기관 들과 마찬가지로 먼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다. 이런 의견은 규정이 최종 확정되기 전 내
용을 다듬는 데 반영된다.
이번 사안에서 이례적인 점은 반대 여론이 압도적이라는 사실이다. 전체 의견의 99 % 이 상이 반대였고, 그중 상당수는 소액 투자자나 개인 투자자들의 의견이었다. 한 의견 작성 자는 엔론( Enron) 에서 일했고 회사의 부정 행위가 드러났을 때 은퇴 자금 대부분을 잃 었다고 적었다. 또 다른 작성자는 자녀가 분기별 성적표를 받는 것과 같은 이유로 분기별 보고에 의존한 다고 적었다. 훌륭한 교사는 성적표가 나오기 훨씬 전에 학생의 부진한 성적을 파악하고 학 부모와 협력해 바로잡을 수 있다. 반면 투자 자들에게는 그런 기회가 없다. 일각에서는 규제 준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 다는 위원회의 주장이 과장되었다고 지적한 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업당 연간 예상 절감 액은 약 20 만 달러 수준인데, 이는 일반적인 상장 기업 입장에서 보면 ' 새 발의 피 ' 에 불과 한 금액이다.
하지만 더 넓은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의견 수렴 과정은 이 규정이 일반 투자자들에게 얼 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잘 보여준다. 401( k) 플 랜이나 개인 은퇴 계좌( IRA) 등을 통한 은퇴 자금은 해당 펀드의 분산 투자 여부와 관계없 이 기업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즉, 재무 투명성이 저하되면 펀드 투자가 어떻게 관리 · 감독되는지에 직접적인 여파가 미치 게 된다.
이런 위험성은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 SIFMA) 가 보낸 서한에서도 지적되었다. 이 업계 단체는 예상되는 순비용 절감 효과 가 정보 제공의 적시성이 떨어짐에 따라 투 자자들이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되고, 그로 인한 자본 비용 상승으로 상쇄되 거나 오히려 비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입장 기업들이 6 개월 보고 옵션을 활용할지는 아 직 단정하기 이르지만, 여러 기업이 보고 빈 도를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 Eli Lilly) 는 공식 성명을 통해 보고 빈도를 줄이는 방안을 선호한다고 명확 히 밝혔다. 업계 로비 단체인 국제재무경영자 협회는 회원사 중 58 % 가 보고 빈도를 줄일 의 향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증권거래위원회는 지도부가 표결에 나서기 에 앞서 현재 모든 의견을 검토하고 있는 단 계다. 통상적으로 위원회는 5 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3 명은 집권당, 2 명은 야당 을 대표한다. 하지만 현재 소수당인 민주당 몫의 위원직 2 석이 공석인 상태이며, 공화당 몫의 위원직 1 석 또한 곧 공석이 될 예정이다. 의결에 참여 할 수 있는 위원 수가 부족한 탓에, 위원회는 단 2 명의 위원만 찬성해도 해당 안건이 통과 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위원회는 지난 2026 년 9 월 30 일, 2 명의 찬성만으로도 의결이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 변경안을 제시한 바 있다. 현재로서는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이 뜻을 굽히지 않고 있고, 위원회가 계획대로 절차 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각 계 의견을 통해 제기된 우려 사항들을 고려할 때, 실제로 얼마나 많은 기업이 이런 움직임 에 동참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