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4 2026 년 10 월 2 일- 2026 년 10 월 8 일 재정 / 교육
위대한 유산의 저주 안고 있는 젊은 세대
가장 부유함에도 가장 불행하다고 느껴
< 김선영 기자 > 젊은 세대들은 가장 부유함에도 ' 위대한 유 산( Great Expectations)' 의 저주를 안고 있 다. 이제 집을 사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고, 가 구 하나하나의 가격도 10년 전보다 약 세 배 나 비싸다. 이런 불만은 ' Z세대 ' 라는 용어가 생기기도 훨씬 전인 1866년, 건강 잡지인 < 홀 의 건강 저널( Hall ' s Journal of Health)> 에 실린 ' 남자들이 청혼하지 않는다 ' 는 글에 등 장하는 문구다.
이 인용구는 월가의 컨설팅 그룹 보고서인 ' 아이들은 괜찮다: 청년과 돈에 대한 시대를 초월한 불안( The Kids Are Alright: The Timeless Angst Over Young People and Money)' 의 서두를 장식한다. 실패하고 뒤처 지는 세대라는 통념이 실제 데이터 앞에서는 설득력을 잃는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Z세 대는 같은 연령대의 밀레니얼 세대나 X세대, 베이비부머 세대가 과거에 누렸던 것보다 더 높은 경제적 부를 축적하고 있다. Z세대는 기록상 그 어떤 세대보다 돈 문제 로 인해 더 큰 심리적 고통을 느끼고 있다. 중 요한 모든 지표상으로는 번영을 누리고 있으 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 런 모순은, 찰스 디킨스가 자신의 작품 세계 를 구축한 바로 그런 역설이다.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소설 《두 도시 이야기》의 도입부는 매우 유명해서 대부분 알고 있다. " 그것은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었고, 지혜의 시대이 자 어리석음의 시대였으며, 믿음의 시대이자 불신의 시대였고,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 절이었으며, 희망의 봄이자 절망의 겨울이었 다."
경제적 사실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다면, 현재의 데이터가 보여주는 상황도 대체로 이 와 비슷하다. 경제적 상황에 대한 세간의 이 야기는 때때로 과장되는데, 근본적인 데이터 가 언제나 더 나은 지표가 된다고 주장면서 최고의 경제 비평으로 오르기도 한다. 실제로 경제 붕괴나 쇠락에 관한 흔한 이야기들 자체 가 사실은 거짓 경보인 경우가 많다. 이는 Z 세대를 둘러싼 ' 디킨스 방식 역설( Dickensian paradox)' 과 매우 흡사하다.
Z 세대는 스마트폰 혁명의 실험 대상이었 고, 틱톡( TikTok) 과 현실 세계( IRL) 를 구분 할 수 있는 효과적인 필터를 갖추는 데 있어 부모나 교육자로부터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 했다. 하지만 동시에, 사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다. 소득 면에서 Z 세대는 베이비부머 세대 이 후 가장 큰 폭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 Z 세대 중 가장 나이가 많은 28 세 근로자의 경우, 물 가 상승분을 반영한 실질 소득 기준 중간 소 득이 42,000 달러에 달한다. 이는 같은 나이대 의 밀레니얼 세대보다 25 %, 베이비부머 세대 보다는 50 % 더 높은 수준이다. 부의 측면에서 볼 때, Z 세대를 단독으로 비 교하기에는 아직 너무 젊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와 합쳐서 보면, 오늘날의 젊은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앞서 있다. 34 세 밀레니얼 세
상속보다 스스로 일군 삶의 결과 더 중요 사회적으로 진화하는 모습이 희망적
대의 평균 순자산은 33 만 1,000 달러로, 같은 나이대의 X 세대 25 만 1,000 달러나 베이비부 머 세대의 22 만 9,000 달러보다 높다. 하지만 경제에 대한 인식은 정반대 방향으 로 움직였다. 조사기관들이 관련 조사를 시 작한 후 40 년 동안 고령층이 청년층보다 경 제 상황을 더 비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뚜렷 했다. 적어도 1980 년부터 이어지던 이 패턴은 2025 년 무렵 역전되었다. 기록상 처음으로 청 년층이 노년층보다 더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 게 된 것이다. 최근 조사에서도 이런 인식의 차이가 확인된다. Z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62 % 가 여전히 안 락한 은퇴를 꿈꾸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 것 이라고 믿는 비율은 46 % 에 불과했다. Z 세대 가 단순히 금전적 수익을 넘어 돈을 통해 얻 는 ' 정서적 투자 수익률( emotional ROI)' 을 고려해 재정 및 삶의 가치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Z 세대는 높은 기대치를 갖 고 있으며 정작 자신들이 누리는 경제적 풍요 로움은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세대적 진보에 대한 분석이 모든 사람의 상 황이 좋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는 식의 빈약한 주장에 반박하려 는 것이다. 학자금 대출 문제는 실재하며, 도 시 주택 가격이 훨씬 비싸진 것도 사실이다. 또한 이전 세대에서도 그랬듯, 이 세대 중 일 부는 부모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리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Z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는 경력, 소득, 자산을 쌓기 위해 자신들만의 독특한 세대적 고군분투를 겪고 있다. 동시에 학자금 대출이나 주택 구입 부담과 같은 특수 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전반적인 세대적 진보를 이루고 있다.
어려운 시기, 그리고 구조적 문제 가장 잘못된 인식은 ' K 자형 경제( K- shaped economy)' 담론, 즉 부유층은 계속 앞서 나가는 반면 나머지 사람들은 뒤처지고 있다는 그릇된 사실이다. 2020 년 이후 거의
매년 소득 하위 25 % 계층의 임금 상승률이 상 위 계층을 앞질렀고, 자산 증가 또한 소득 5 분 위 전반에 걸쳐 대체로 비례적으로 이뤄졌다. 또한 금융 서비스 기업에 따르면, Z 세대의 77 % 는 자신이 창업할 수 있다고 믿는 반면 기 성세대는 58 % 에 그쳤으며, 암호화폐 투자 경 험 또한 Z 세대가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26 % 대 6 % 로 4 배 더 많았다. 마찬가지로 젊은 층 은 자산 중 주식 비중이 높지만, 이는 곧 시장 변동에 더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2008 년 신용 위기가 X 세대와 베이비부머 세 대의 자산 추이에 타격을 남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주식 비중이 높다는 것은 약세장에 서 Z 세대가 경기 순환적 요인으로 인해 뒤처 질 위험을 높인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여전히 젊은 층에게 유리하다. 주식의 기대 수익률이 다 른 대부분의 자산군을 능가하기 때문이며, 주 택 자산 또한 2000 년대와 2010 년대에 하락세 를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4 년 조사에 따르면, Z 세대는 경제적으 로 성공했다고 느끼기 위해 연간 60 만 달러를 벌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소득 상위 1 % 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베이비부머 세대가 꼽은 기준인 10 만 달러와 대조적이다. 풀타임 근로 자의 중간 연봉은 약 6 만 달러 수준이다.
이런 인식의 격차는 재정적 왜곡 인식( financial dysmorphia)' 이라고 부르는데, 이 는 부분적으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비 현실적인 부의 이미지에서 비롯된다. 그럼에 도 ' 재정적 신체 이형증( financial dysmorphia)' 이 뿌리내려 경제적 현실을 계속해서 왜곡하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된다. 청년들은 성인이 됨에 따라, 디지털상의 화려한 겉치레 를 걸러내고 눈앞의 현실에 집중할 수 있는 효과적인 필터를 활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
주택 문제와 디킨스 주택 문제는 ' 요즘 세대도 잘 살고 있다( kids are alright)' 는 주장이 현실적인 난관
에 부딪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중간 가격대의 주택을 구입하려면 현재 중간 소득의 거의 6 배에 달하는 금액이 필요하다. 이는 1975 년의 3.5 배 수준에서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신규 주택의 중간 면적 또한 50 % 더 넓어졌기 때 문에, 주택 면적을 고려한 실질적인 구입 부 담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진정한 난관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날 청년층의 90 % 가 도시와 교외 지역에 거주하며 주택을 찾고 있지만, 정작 주택 공 급 속도는 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주거 선호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일시 적인 현상이다. 이런 선호는 20 대 중후반에 정점에 달했다가 이후 교외로 이동하는 흐름 이 나타났다. 42 세가 되면 많은 밀레니얼 세 대가 교외로 이주하게 되는데, 바로 이 시점 에 그들의 주택 소유율이 X 세대의 수준을 따 라잡게 된다.
찰스 디킨스는 경제적 형편과 거주지 문제 사이의 괴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아 버지는 1824 년 빚 때문에 투옥되었고, 당시 12 세였던 찰스는 구두약 병에 라벨을 붙이는 일 을 하며 하루 10 시간씩 노동해야 했다. 이는 그가 평생 거의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수치스러운 기억이었다. 이후 할머니가 세상 을 떠나면서 가족에게 빚을 청산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유산이 남겨졌다. 이는 소설 《 위대한 유산( Great Expectations) 》의 줄 거리와 거의 일치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핍( Pip) 은 의문의 거액을 상속받자 자신이 위대 한 인물이 될 운명이라 착각하고, 소설의 후 반부 내내 자신을 길러준 가족을 부끄러워하 며 지낸다. 디킨스는 자신의 자전적 경험이 투영되었을지도 모를 이런 망상에 대해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소설은 핍의 허황된 야망 대신 조 가저리( Joe Gargery) 의 소박하고 올 바른 성품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디킨스가 자신의 소설 중 가장 아꼈던 작품 의 주인공인 데이비드 카퍼필드는 핍( Pip) 과 는 대조적인, 이른바 ' 베이비붐 세대적 성향 을 띤 인물이다. 그는 노력과 인내, 그리고 여 정에서 만난 친절한 사람과의 끈끈한 유대감 을 통해 빈곤을 극복한 고아로, 자신이 노력 하지 않고 얻은 횡재로 성공한 것이 아니다. 우연히 찾아온 행운에 타락했던 핍과 달리, 카퍼필드의 부는 점진적으로 형성되었다. 카 퍼필드는 그 과정에서도 본래의 성품을 대체 로 유지했다. 이는 스스로 일궈낸 삶과 물려 받은 삶의 차이다.
판결이 아닌 여정 베이비붐 세대는 생애 주기 전반에 걸친 데 이터를 모두 갖춘 유일한 세대다. 문화적으로 나 학계에서나 베이비부머는 다른 세대와 비 교의 기준이 된다. 더 중요한 핵심은 비교 대 상이 되는 기준선의 높이다. 소득 증가나 자 산 축적 면에서 Z 세대가 베이비부머를 능가 할 수는 있다. 하지만 Z 세대가 X 세대를 앞 서는 폭이 베이비부머가 조용한 세대( Silent Generation) 나 위대한 세대( Greatest Generation) 를 앞섰던 폭보다 클 가능성은 낮다. 왜냐하면 당시의 기준선이 워낙 낮았기 때문 이다.
베이비부머가 누렸던 번영이 다시 재현될 수는 없다. 다시 반복될 수 없는 것은 외벌 이 가구에서 맞벌이 가구로의 전환이다. 여 성의 대규모 노동시장 진입은 정의상 두 번 다시 일어날 수 없는 일회성 변화였다. 중요 한 두 번째 이점으로는 베이비부머가 경쟁했 던 상대 세대다. 대공황을 겪은 ' 조용한 세대 ' 가 남긴 경제적 상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넘 어야 할 기준선을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 격차가 쉽게 좁혀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 지만 희망은 세대적 변화에 있다. 요즘 십 대 들은 적어도 학교 수업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멀리하도록 훈련받고 있다. 어쩌면‘ 재정적 왜곡 인식( financial dysmorphia)' 의 정점은 이미 지났을지도 모른 다. 어떤 현상도 단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될 수는 없지만, 가장 큰 문제는 왜곡된 기대치 다. 찰스 디킨스는 이처럼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는 ' 위대한 유산( Great Expectations)' 에 대해 Z 세대를 보며 카퍼필드가 되기 위해 노력하되, ' 핍 ' 이 되는 길을 택해야 한다고 말 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