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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0 2025 년 1 월 17 일 - 2025 년 1 월 23 일 미국 사회 / 특별기획

러시아서 사들인 천연자원의 보고 알래스카

미국은 50 개주로 구성된 연방국가다 . 미국 각 주는 크기와 규모 , 경제력 , 인구 등에 있어 웬만한 국가를 능가하는 곳들이 많다 .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을 구성하고 있는 50 개주의 면면 들을 주별로 소개해 본다 .
AK
1 앨라배마 2 알래스카 3 아리조나 4 아칸소 5 캘리포니아
< 김용일 기자 >
< 2 > 알래스카
1868 년 3 월 30 일 , 토요일 새벽 3 시를 넘어 간 시각 . 워싱턴 DC 라파예트 광장에 있는 윌리엄 슈어드 ( William H . Seward ) 미국 국무장관 저택의 서재는 숨이 막힐 듯한 긴 장감으로 가득 찼다 . 책상을 두고 마주한 두 사람은 슈어드 장관과 에두아르드 스퇴 클 제정 ( 帝政 ) 러시아공사 . 이들은 여러 페 이지에 달하는 문서에 차례로 서명을 해나 갔다 . 이윽고 새벽 4 시 정각 , 양측은 서명 이 완료된 문서들을 주고받았다 . 알래스카 가 미국에 넘어오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 전날 저녁 스퇴클 공사는 미국 국무장관 측에 메시지를 넣었다 . 토요일이지만 내일 시간을 정해 만나자는 연락이었다 . 슈어드 장관의 답은 “ 차라리 오늘 밤이 어떠냐 ” 라 는 역제안이었다 . 공사는 이날 러시아 황제 로부터 알래스카 할양에 관한 승인 통보를 받은 터였다 . 오랫동안 밀고 당겨 온 양국 간의 중대 사안이었다 . 공사는 서둘러 마무 리를 하고 싶었다 . 두 사람은 가격부터 종 결을 지었다 . 광대한 땅 알래스카 , 그러나 동토의 얼음 땅이었기에 러시아 측은 ‘ 세게 ’ 받을 생각 을 하지 못했다 . 공사가 본국과 상의해 정 해 놓은 마지노선은 600 ~ 650 만 달러 선이 었다 . 미국 측 역시 600 만 달러 안팎을 협 상안으로 제시해 왔지만 , 장관은 내심 그 이상도 기꺼이 감당할 용의가 있었다 . 그 래서 양국 간 최종 합의로 마무리된 액수 가 720 만 달러였다 . 알래스카의 면적은 172 만 3,337 km2 , 텍사스의 두 배 정도 크기이다 . 가격은 1 km2당 4 달러 17 센트에 판 것이 된 다 . 서울 여의도의 면적이 2.9 km2 , 제주도가 1,842 km2이다 . 이를 대입해 보면 , 여의도를 12 달러 71 센트 , 제주도를 7,681 달러에 사들 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 러시아가 지금은 금싸라기가 된 알래스카 를 미국에 헐값으로 넘긴 데는 사정이 있었 다 . 1860 년대를 전후한 당시 , 유럽과 아프 리카 , 북아메리카 등 곳곳은 한참 식민지 ‘ 땅따먹기 ’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이었다 . 미 국은 멕시코를 거세가 밀어붙여 캘리포니 아 , 텍사스 등을 거머쥐었다 . 영국은 캐나 다를 속령으로 하면서 북아메리카에서는 역시 러시아령으로 돼 있던 알래스카를 넘 보고 있었다 . 러시아 역시 유라시아의 크림 반도를 두고 튀르키예 , 영국 , 프랑스 등과 맞붙는 , 이른바 ‘ 크림전쟁 ’ 을 벌이고 있었 다 . 러시아의 남진을 막기 위해 영국과 프 랑스는 러시아를 거세게 막아섰다 . 크림전쟁은 러시아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겼다 . 전쟁으로 인한 사상자 외에 재정 난이 러시아 황제를 압박했다 . 제국주의 전 쟁 와중에서 유럽과 아시아 대륙에 걸쳐 차 지했던 광대한 영토를 감당하기에는 역부 족이었다 . 이런 상황에 처한 러시아에 특히 알래스카는 일종의 ‘ 계륵 ’ 이었다 . 버리자니 아깝고 지키자니 버거웠다 . 러시아는 영국 외에도 신생 강국으로 떠
오르는 미국을 부담스러워했다 . 멕시코를 밀어붙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미국이 필 연코 알래스카를 넘볼 것으로 짐작했다 . 캐 나다를 차지하고 있던 영국도 역시 만만치 않은 존재였다 . 러시아는 그래서 내부적으 로 알래스카 포기도 감안하고 있었다 . 이 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황제의 동생과 스 퇴클 공사였다 . 이들은 그냥 놓아 버리느 니 적절한 값을 받고 팔아치우자는 안을 냈 다 . 주저하던 러시아 황제 알렉산더 2 세도 마침내 동의했다 . 러시아는 그래서 은밀히 미국과 영국 등에 알래스카를 팔 용의가 있 다는 제안을 했다 . 그러나 영국 총리는 일 언지하에 거절했다 . 영국 역시 곳곳에 벌려 놓은 전쟁과 전투에 휘말려 새 땅을 사들일 여력과 관심이 없었다 . 미국도 입장은 비슷 했다 . 한참 남북전쟁을 끝내고 다시금 멕시 코와 격렬하게 싸우는 상황이라 황량한 북 방의 얼음 땅에 별 매력을 못 느꼈다 . 미국과 영국에 퇴짜를 맞은 후 , 유럽 몇 나 라까지 선을 대 보던 러시아는 다시 한번 미국 쪽으로 눈을 돌렸다 . 그 때 러시아가 주목한 인물이 슈어드 국무장관이었다 . 슈 어드 장관은 일찍이 부터 멕시코를 포함해 미국의 영토 확대를 강력하게 추구하는 ‘ 팽창파 ’ 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 러시아 입 장에서는 ‘ 간을 보기에 ’ 최적의 인물이었 다 . 뉴욕 주지사와 연방 상원의원을 역임 했던 슈어드 장관은 이후 대통령 후보 경 선에서 링컨에 패했지만 , 링컨 대통령의 요 청으로 국무장관을 맡은 유력한 정치 거물 이기도 했다 . 알래스카는 사실 미국이 관심을 가질 만 한 경제 , 산업적 잠재력을 충분히 지니고 있었다 . 무엇보다 지금의 베링해 , 북빙양 조업이 활성화되던 시점이었기에 대규모 어선 선단의 거점으로 삼을 수 있는 중간 보급기지가 절실했다 . 나아가 중국과 일본 을 포함한 아시아 쪽의 통상 확대를 위해 알래스카는 최고의 거점이 될 수 있었다 . 1867 년 10 월 18 일 . 마침내 당시 수도와 같 았던 알래스카 시트카 ( Sitka ) 에서 러시아 와 미국 간에 영토 할양 인수인계식이 거행 됐다 . 러시아 깃발이 내려지고 성조기가 올 랐다 . 땅값 720 만 달러는 워싱턴에서 금으 로 결제하기로 약속했지만 , 아직 잔금도 치 르지 않은 상태에서 땅 주인이 바뀌는 세레 머니가 거행된 것이다 . 1,000 여 명 남짓 남 아 있던 러시아인들에게는 본국 귀환 , 또는 미국 시민권 신청을 통해 잔류도 허용됐지 만 대부분 알래스카를 떠났다 . 이날 , 이 시 각을 기점으로 알래스카는 명실공히 미국 영토가 됐다 . 알래스카는 미국 전 국토의 5 분의 1 가량 이 된다 . 미국 50 개 주 가운데 한국보다 영 토 측면에서 덩치가 큰 곳은 37 개 주나 된 다 . 특히 알래스카를 한국과 비교해 보면 대략 한국 영토의 17 배 , 한반도 전체의 8 배 가량이나 되는 엄청난 덩치이다 . 동토 지대 알래스카는 주 전체 면적의 대 부분이 개발 불가능한 얼음 땅이다 . 알래스 카의 1 년 평균 기온은 섭씨 20 도에서 영하
11 도 사이 . 겨울에는 영하 20 도 이하를 기록 할 정도로 추운 곳이다 . 한국의 17 배에 달 하는 광대한 곳이지만 , 인구는 고작 70 여만 명 정도이다 . 서울의 송파구보다 조금 많은 인구가 광대무변의 땅에 흩어져 살고 있다 . 1 년 내 녹지 않는 만년설이 태반인 , 그래 서 러시아가 쓸모없는 땅으로 여기고 미국 에 헐값으로 팔아 버린 알래스카이지만 실 상은 정반대이다 . 알래스카는 말 그대로 천 연자원의 보고이다 . 동토의 밑바닥에 엄청 난 보물이 숨겨져 있다 . 러시아가 미국에 바가지를 씌웠다고 쾌재를 부른 지 채 30 년이 안 돼 러시아는 분루 ( 憤淚 ) 를 삼켜야 했다 . 알래스카에서 막대한 금이 발견된 것 이다 . 1890 년부터 지금의 유콘강을 따라 금광촌 이 번창하기 시작했다 . 미국 서부에 이어 알래스카가 제 2 의 ‘ 금 노다지 ’ 로 변모한 것 이다 . 금을 찾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 한 창때는 그 수효가 10 만 명을 넘기도 했다 . 러시아를 깊이 절망시키는 ‘ 알래스카 대 박 ’ 은 연이어 터졌다 . 석탄 , 구리 , 철광석 , 아연 등 귀한 금속들이 무진장 묻혀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 20 세기 중반부터는 원유 가 새로운 먹거리로 등장했다 . 알래스카 연 안에는 원유 160 억 배럴 이상이 매장돼 있 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 사우디아라비아 , 베 네수엘라에 이어 세계 3 위의 매장량을 자 랑하게 됐다 . 알래스카는 또한 막대한 목재 생산 외에 도 미국 수산업을 주도하는 선도적인 요람 이 됐다 . 연어 , 대구 , 알래스카 킹크랩 등 미 국에서 생산되는 전체 수산 어획고의 3 분 의 1 이상이 알래스카산이다 . 춥고 외진 곳 이지만 때 묻지 않은 자연경관 , 오로라 등 북극권의 눈부신 풍광으로 인해 전 세계에 서 찾아오는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 러시 아가 단돈 720 만 달러에 팔아넘겼던 불모지 가 150 여 년이 지난 지금은 미국 최고의 알 토란 같은 땅으로 변신한 것이다 . 알래스카는 부자 주이다 . 2022 년 기준 GDP 가 642 억 5,700 만 달러 , 1 인당 GDP 는 8 만 달러로 세계 4 위권에 해당할 정도이다 . 부유한 천연자원의 개발 , 특히 원유를 팔 아 생기는 수입이 엄청나기에 주 재정은 탄 탄하다 . 주 정부가 챙겨놓고 있는 원유 판 매 펀드만 해도 600 억 달러가 넘는다 . 여기 서 나오는 이자 수입들의 일부가 주민들에 게 생활보조금 형태로 지급된다 . 알래스카 에 살면 주 정부가 돈을 준다는 말이 나오 는 이유이다 . 알래스카에는 또 상품 판매세 , 주 소득세 도 없다 . 미국 주마다 평균 6 ~ 10 % 에 달하 는 판매세가 없기에 쇼핑 카트가 조금 더 두둑해진다 . 원유가 지천으로 나는 곳이기 에 휘발유세도 낮아 연료비 부담도 적다 . 이렇게 주 정부에 돈이 흔하지만 , 시중 물 가는 만만치 않다 . 워낙 추운 곳인 데다 , 또 1 년 중 절반은 낮에도 캄캄하거나 한밤중 에도 해가 지지 않은 백야 지대이니까 농작 물 경작이 쉽지 않다 . 그래서 대부분의 생 필품은 모두 외부에서 수입한다 . 게다가 워
낙 산세가 험하고 삼림이 깊기에 도로 건설 에 한계가 있어 상당수의 지역은 비행기로 만 출입이 가능하다 . 자연히 교통이 불편하 고 생필품값은 비쌀 수밖에 없다 . 지역 주 민들은 총괄적으로 물가가 미국 본토 평균 에 비해 30 % 이상 높다고 밝히고 있다 . 주 정부 살림은 넉넉하지만 , 주민들은 생활비 부담이 적지 않은 것이다 . 알래스카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세가 강한 곳이다 . 땅덩어리는 미국의 20 % 나 되지만 국내 정치적으로는 별 힘이 없다 . 미국의 의회는 상원과 하원으로 구성된다 . 상원의 원은 주별로 크기에 관계 없이 2 명씩이 배 정됐다 . 그러나 하원의원은 주민 인구수에 비례해 정해진다 . 알래스카의 주민 70 여만 명에 할당된 연방하원 의석은 달랑 1 석 , 그 래서 알래스카는 상원의원 수보다 하원의 원이 적은 특이한 곳이다 . 주 전체가 지역구인 상원과 마찬가지로 연방하원 지역구 역시 주 전체가 된다 . 선 거 방식도 다른 곳과 다르다 . 통상 민주 - 공 화 양당이 프라이머리를 거쳐 후보자를 내 고 , 이들이 본선에서 맞붙어 승리자가 해당 지역구의 하원의원에 당선되는 게 일반적 이다 . 그러나 알래스카에서는 정당과 관계 없이 1 차 경선에 4 명을 추려 이들을 두고 과 반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투표를 거듭한 다 . 이 과정에서 특정 정파가 항상 다수를 기반으로 의석을 차지하기가 쉽지 않다 . 비 록 공화당 세가 강한 곳이면서도 민주당 의 원이 나올 수 있는 이유이다 . 알래스카가 부자 주라는 것은 주지의 사 실이다 . 그러나 실제 주민들의 생활은 높은 물가와 제한된 일자리 등으로 겉으로 드러 난 숫자만큼 윤택한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 그럼에도 알래스카가 추위나 다소 고립된 느낌의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다면 살 만한 곳이다 . 특히 자연환경과 더불어 호젓한 생활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 들한테 알래스카는 미국 내 어느 곳보다 많 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 . 미국 내 어디든 한인들이 없는 곳이 없듯 이 알래스카에도 여전히 한인 사회가 존재 한다 . 정확한 통계는 잡히지 않지만 , 한인 커뮤니티 관계자들에 의하면 알래스카 내 한인들은 대략 6,000 ~ 8,000 천여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 이들은 상대적으로 대처 라 할 수 있는 앵커리지나 페어뱅크스 등 에 주로 살고 있다 . 앵커리지에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 한인 상가도 존재한다 . 앵커 리지는 과거 미국을 오가던 한인 여행객들 한테는 낯설지 않은 곳이다 . 당시에는 항 로상 항공기가 앵커리지에 중간 기착해 잠 시 머무는 식으로 운항했기에 한인 여행객 들은 잠깐이나마 앵커리지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 당시 인기 있었던 곳이 공항 내 매 점에 있었던 우동집이다 . 한인들은 과거 완 행열차가 한밤중에 대전역에서 정차할 때 서둘러 맛보던 가락국수 맛을 앵커리지에 서 즐기기도 했다 . 알래스카는 미국령인 일 종의 군 관할을 거쳐 1959 년에 미국의 49 번 째 주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