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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주축의 유럽국들 대부분 참여 유보
트럼프가 주도하는 평화위원회
< 김선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장악하 려는 강경한 움직임을 보여준 한 주 동안, 세 계는 그가 생각하는 ' 평화 ' 의 개념을 엿볼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르웨이 총리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자신이 8건의 전쟁을 막았 음에도 불구하고 노벨 평화상을 주지 않기로 결정한 것을 고려할 때, 더 이상 순수하게 평 화만을 생각해야 할 의무를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평화는 항상 최우선 과제이지만, 이제는 미국에 무엇이 좋고 옳은 지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 은 오랫동안 노벨 평화상을 갈망해 왔다. 두 번째 임기 동안 그는 스스로를 평화 중재자로 자처해 왔다. 그러나 권력을 가진 쪽에서 ' 평화 ' 라는 단 어를 사용할 때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지 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기 98년, 로마 역사 가 타키투스는 이렇게 썼다. " 그들은 거짓된 이름으로 도둑질, 학살, 약탈을 ' 통제 ' 라 부르 고, 황폐한 땅을 만들면서 ' 평화 ' 라 부른다." 타키투스 시대로부터 거의 2,000년 후인 1968 년, 미국의 상원의원 로버트 케네디는 베트 남 전쟁에 대한 미국의 결정을 비판하는 연 설에서 이 구절을 인용했다. 아일랜드 시인 은 1974년 자신의 조국이 수 세기 동안 겪어 온 황폐함을 묘사한 시에서 이 구절을 사용했 고, 최근에는 HBO 드라마 『석세션』에서 주인공인 폭군을 비판하는 데 이 구절을 활 용하기도 했다. 이 인용구는 평화에 대한 이야기가 어떻게 전쟁과 권력 획득의 도구로 이용될 수 있는지 핵심을 꿰뚫고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회자되 어 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1주년을 맞 이한 지금, 2천 년 전의 이 말은 여전히 예지 력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트럼프는 전쟁 행위를 평화라는 미명 하 에 포장해 왔다. 더 나아가, 트럼프를 " 평화 대통령 " 으로 칭하고 그가 노벨 평화상 수상 자격을 끊임없이 주장하는 것은 국내외적으 로 군사적 공격성을 확대해 나가는 그의 정책 기조와 맥을 같이한다.
전쟁이 곧 평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WEF) 회의에서 평화위원회( Board of Peace) 출범식을 주최하며, 이 기 구가 역대 가장 중요한 단체 중 하나가 될 것 이라고 자평했다. 개회사를 통해 중동의 더 밝은 미래와 세계의 더 안전한 미래를 향한 첫걸음이 바로 여러분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 다고 말했다. 또한 함께 놀라운 기회를 맞이 했다면서 이것을 기회라고 부르기보다는 반 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십 년간의 고통을 끝내고, 여러 세대에 걸친 증오와 유 혈 사태를 멈추고, 중동 지역에 아름답고 영 원하며 영광스러운 평화를 건설할 수 있는 기 회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20 여 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평 화위원회 참여 제안을 수락했지만, 미국의 주 요 유럽 동맹국 중 어느 나라도 아직 참여 의 사를 밝히지 않았는데, 일부 국가는 참여를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 무대 에서 서명국으로 참여하기로 합의한 10 여 명 의 정상들과 함께 섰다. 그는 참석한 국가들 을 " 여기에 있는 국가들 " 이라고만 언급했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는 최대 25 개국 이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을 수락했다고 밝혔 다. 50 여 명의 세계 정상들에게 초청장이 발
기존의 유엔을 대체하는 사적 기구 참여 거부는 여러 보복 뒤따를 수 있어
송되었고 약 30 개국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 다고 백악관 관계자는 말했다. 이런 구상은 여러 미국 동맹국으로부터 신 중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들 국가는 평화 위원회를 명시적으로 지지하거나 트럼프 대 통령의 초청을 수락하지 않았고, 유엔을 대 체할 기구가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 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위원회가 역사 상 가장 권위 있는 기구가 될 것이라며, 유엔 이 해야 할 많은 일들을 해낼 것이라고 주장 했다. 유엔과 협력하겠지만 평화위원회는 특 별할 것이며 꼭 평화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 다. 이 기구가 유엔을 대체할 것인지 묻는 기 자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럴 수도 있 다고 답했다. 프랑스, 노르웨이, 스웨덴은 참여를 거부하 거나 상당한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했고, 독 일, 영국, 이탈리아 등은 확답을 피했다. 러시 아도 초청을 받았다고 크렘린궁이 확인했는 데,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계속 공격하 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온 발표다. 블라디미 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에서 제시된 제안은 주로 중동 문제 해결과 팔레스 타인 국민의 시급한 문제, 그리고 가자지구의 심각한 인도주의적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 안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 개국 이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을 수 락했다고 밝혔다. 해당 국가는 알바니아, 아 르헨티나,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바레 인, 벨라루스, 불가리아, 이집트, 헝가리, 인 도네시아, 이스라엘, 요르단, 카자흐스탄, 코 소보, 쿠웨이트, 몽골, 모로코, 파키스탄, 파 라과이,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아랍 에미리트, 우즈베키스탄, 베트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가 참여하고 싶어 한다며 논란 의 여지가 있는 인물들도 있지만, 이들은 일 을 해내는 사람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사 람들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주도하는 유엔 대체 기관 영국은 다보스 선언문에 서명하지 않을 것 이라고 밝혔다. 이런 결정의 배경 중 하나로, 우크라이나의 평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어떤 신호도 아직 보지 못한 상황에서 평화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에 푸틴을 초청하는 것에 대한 영국의 우려를 언급했다. 평화위원회는 지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위임을 받아 가자지구를 관리하고 재건하기 위한 2 년 임 기로 처음 출범했지만, 위원회 헌장에는 가자 지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전혀 없다. 헌 장 초안에 따르면, 평화위원회는 세계 분쟁을 해결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확보하기 위한 " 국제기구 " 이자 " 평화 구축 기구 " 로서 훨씬 더 광범위한 권한을 가지며, 유엔을 대체하는 미 국 주도의 기구와 유사하다.
평화위원회 의장으로 유력한 트럼프 대통 령은 종신직을 맡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은 사임할 때까지 의장직을 유지할 수 있으나 차기 미국 대통령은 이사회에 미국의 대표를 임명하거나 지명할 수 있다. 헌장 초안에 따 르면 초청을 수락하는 국가는 3 년 임기의 회 원 자격을 갖게 되지만, 첫 해에 평화위원회
에 10 억 달러 이상을 현금으로 기부하는 회원 국에는 영구 회원 자격이 부여된다. 이사회 에 대한 기부금은 " 자발적 " 이며 가입비로 간 주되어서는 안된다고 미국 관계자는 밝혔다. 회원국들이 기부금을 낼 경우, 평화위원회는 최고 수준의 재정 통제 및 감독 메커니즘을 시행할 것이라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으로 인해 미국이 동결한 자산으로 10 억 달러 를 지불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평화위원회를 감독할 집행위원회에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마크 카니 전 캐나다 총리, 마르코 루비 오 전 미국 국무장관, 그리고 위트코프와 트 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포함 될 예정이다. 그런데 마크 카니 전 캐나다 총 리의 연설이 트럼프를 공격하는 모양새가 되 면서 캐나다의 초청은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 구축 이니셔티브를 주도할 새로운 국제기구로서 이사회의 의장 을 맡게 된다. 10 억 달러를 기부하는 국가는 상임 이사국 자격을 얻게 되며, 나머지 국가 는 3 년 임기로 활동하게 된다. 트럼프 행정 부는 아직 전체 회원국 명단을 발표하지 않 았다. 약 60 개국 정부가 참여 초청을 받았지만, 워 싱턴의 서방 동맹국 중 공개적으로 참여를 수 락한 나라는 거의 없고, 현재까지 유럽연합( EU) 회원국 중에서는 헝가리와 불가리아만 이 서명했다.
오랜 숙적 관계인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 니아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이집트, 이스라 엘, 파키스탄,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아랍에미리트 등이 참여에 동의했다. 워싱턴 의 최대 라이벌인 러시아와 중국도 초청을 받 았지만 아직 확정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특히 러시아와 그 동맹국인 벨라루스의 초 청은 서방 국가들의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서 방 국가들은 4 년 가까이 우크라이나를 침공 해 온 러시아가 신뢰할 수 있는 평화 포럼에 참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트럼프의 영향력 확대 트럼프 대통령은 원래 이 기구를 이스라엘 과 하마스 간의 2 년 전쟁 이후 가자지구 재건 을 감독하는 기구로 구상했다. 이후 이 기구 의 역할을 전 세계적인 분쟁과 위기에까지 확 대할 수 있다고 시사했고, 서명식에서 이 기 구가 가자지구를 넘어 다른 분야로 활동 범위 를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분석가들은 이런 발언을 유엔에 대한 공격으로 보고 있 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을 높이 평가한다 고 말하면서도 분쟁 해결에 실패했다고 여러 차례 비판해 왔다. 유럽은 미심쩍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국 은 서명식에 불참했고, 영국 정부는 가입 의 사를 밝히지 않았다. 독일 역시 불참했는데 이미 유엔이라는 평화 기구를 갖고 있다고 말 했다. 프랑스는 현재 가입 제안을 수락할 계 획이 없다고 엘리제궁이 밝혔다. 유엔 총회 의장인 안나레나 바에르복 역시 회의적인 반 응을 보였다. 이미 세계 평화와 국제 안보를 수호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하는 국제기구가 존
재한다고 지적했다. 모든 국가는 규모나 경제 력, 군사력에 관계없이 유엔에서 발언권을 갖 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위원 회에 초청받은 일부 국가 관계자들은 갑작스 러운 제안에 당황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분 노를 살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어쩔 수 없 이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평화위 원회 참여가 선택이기보다는 불가피한 문제 처럼 느꼈다는 것이다. 각국 정부는 참여하지 않을 경우의 위험과 참여할 경우의 불확실성 을 저울질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관 세, 이란, 베네수엘라, 가자지구, 그린란드 문 제 등 여러 분쟁 사례를 보며 미국의 요구에 저항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 이 의장을 맡게 될 이 기구에 강력한 경제력 이나 위상이 없는 국가들이 초청장을 받고 거 부하기는 쉽지 않다. 일부 유럽 지도자들은 평화위원회의 헌장 초안,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의사결정권을 집중시키는 듯한 조항들에 대해 우려를 표명 했다. 유럽 외교관은 EU 회원국들이 서로 협 의하겠지만, 최종 결정은 각국의 국익에 따 라 개별적으로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 럼프 대통령의 제안이 본부 위치와 법적 지 위 등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로 가득 차 있다 고 지적했다. 평화위원회 위원장 해임에 대한 엄격한 규정이 트럼프 대통령을 종신직으로 앉히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위원 장은 자발적으로 사임하거나, 직무수행 불능 을 이유로 집행위원회의 만장일치 결의로 해 임될 수 있다.
평화위원회는 트럼프의 세계적 야망을 반 영한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트럼 프 대통령이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평화위원회는 트럼프가 미국의 영 향권 확대를 위한 그의 전략일 수 있다고 보 고 있다. 위원회 임무에 대한 모호함이 트럼 프의 권력 행사 방식, 즉 영향력을 극대화하 기 위해 세부 사항은 유동적이고 의도는 불투 명하게 유지하는 방식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일부 중남미 및 아랍 국가를 포함한 트럼프의 동맹국들은 이 계획이 미국의 힘을 과시하고 해외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활용해 결과를 좌 우하려는 그의 광범위한 전략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이 위원회 참여에 거부한 각국 정 부들은 관세 폭탄을 비롯한 미국의 반격에 대 비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