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4 2026 년 2 월 13 일- 2026 년 2 월 19 일 재정 / 교육
힘들고 고된 금융 컨설팅을 선호하는 이유 2, 3 년 경험 쌓으려다 평생 근무하게 돼
< 최민기 기자 > 지난 반세기 동안 엘리트들의 진로는 확실히 정립되었다. 1970년대에는 하버드 졸업생 20 명 중 1명꼴로 금융이나 컨설팅 분야에 진출했 다. 20년 후에는 4명 중 1명으로 급증했다. 작 년에는 하버드 졸업생의 절반이 금융, 컨설팅 또는 빅테크 기업에 취업했다. 연봉 또한 마찬 가지로 급등했다. 2024년 졸업생들을 대상으 로 한 조사에 따르면, 취업한 졸업생의 40 % 가 신입사원 연봉 11만 달러 이상을 받았고, 컨설 팅이나 투자은행 분야에 진출한 졸업생의 경 우 거의 4분의 3이 그 기준을 넘어섰다.
하버드나 옥스퍼드 같은 엘리트 대학의 졸 업식장 장면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고풍스러 운 극장 건물의 연단에 선 대학 총장의 이제 나 가서 세상을 바꾸라는 목소리가 조각된 건물 천장에 울려 퍼진다. 졸업생들의 드레스 자락 이 스치고 카메라 셔터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진다. 졸업생들은 졸업장을 쥐고 미소를 지 으며 곧 맥킨지, 골드만 삭스, 베인 컴퍼니 같 은 엘리트 졸업생들이 꿈꾸는 최고의 직장으 로 향하는 길을 서로 축하한다. 이제 같은 동창생이라도 다른 길을 가는 친 구와는 멀어지고 서로 선택한 길에 대해 모른 척한다. 절반이 취업하는 투자 은행이나 컨설 팅 기업 그리고 빅테크를 선택하지 않고 대도 시의 나름 전통 있는 언론사를 향하는 엘리트 출신들은 몇 년 후 잔본주위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금융 기업 컨설팅 현장을 취재하면서 동 창을 다시 만난다. 그리고 고개를 드는 의문은 왜 똑똑하고 창의적인 재능을 틀에 박힌 업무 를 위해 밤 10시까지 일하면서 이 직장을 떠나 지 못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왜 모두 컨설팅 업계에 뛰어드는 걸까? 대학 생활 동안 경제와 정치에 매료되었던 학생들은 자신의 재능과 특권을 좋은 일에 쓰 겠다는 다짐을 하고 투자 은행에서 인턴 경험 을 한다. 마치 불타는 집에서 아기를 구하는 심정으로 인수합병 업무를 배우면서 책상에 서 새벽까지 잠이 들곤 한다. 불편했던 것은 업무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의외로 그 일 이 너무 사소하고 평범하다고 느껴진 것이다. 다음 해에 인턴으로 기업 컨설팅 업체에서 경 험하는 업무는 겉보기에는 더욱 세련되고 전 문 경영인의 자세를 볼 수 있지만, 공허함은 여전하다. 정말 멋진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 는 로켓 과학자와 이론 물리학자 그리고 공학 자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그들은 그저 약간 복 잡한 엑셀 모델을 만들거나 이미 예상한 결론 을 도출하기 위해 역설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인턴 경험을 한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 게는 맥킨지와 모건 스탠리 같은 월가의 대표 적 기업으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는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모두가 선망하는 금융 컨설팅 분야에 발을 내딛게 된 다. 전 세계 가장 선망의 대상이 되는 기업이 라는 명망이라는 쳇바퀴가 재능 있고 창의적 인 젊은이들을 의외로 하찮은 업무로 끌어들 인다. 유능한 졸업생들이 항상 은행에서 일하 는 이유가 단지 어떤 곳인지 경험하기 위해 발 을 들여놓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에는 항상 그곳에 머물게 된다. 이 회사들은 불안정한 과다 성취욕을 가진 사람들의 심리 적 허점을 파악하고, 이 허점을 바탕으로 스스 로 강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업 인수 합
돈이 아닌 기업의 명성에 이끌려 발 담가 정부와 비영리기관도 바뀌어야 경쟁력 있어
병이나 투자 상품 설계라는 거창한 업무의 내 면에는 밤 10 시, 바쁜 시즌에는 새벽까지 일하 는 고강도의 화이트칼라 직종이다. 왜 이렇게 많은 뛰어난 졸업생들이 속으로는 혐오하는 직업에 발을 들이게 되었을까? 금융 컨설팅 분야에 기꺼이 뛰어든 이유는 막대한 돈을 모 으려는 악의나 탐욕 때문이 아니라, 잠재력의 상실 때문이다. 즉,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다 른 잠재 능력을 잃어버리는 기회비용에 있다. 이 일말고는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다. 돈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자석은 아니다. 적어도 이들이 처음 금융 컨설팅 업계에 발을 내딛을 때에는 높은 연봉 때문이 아니다. 대부 분의 엘리트 졸업생들은 처음에는 연봉 때문 에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대신 무한한 선택의 환상과 사회적 지위 때문이다. 엘리트 대학에 서는 이런 환상이 도처에 만연해 있다. 은행과 컨설팅 회사가 취업 박람회를 장악했고, 정부 기관이나 비영리기구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투자 은행들은 엘리트 대학의 고급 레스토랑 에서 최우수 학생들을 위한 만찬을 주최한다. 몇몇 학생들은 고급 공짜 밥이라도 먹고 싶어 지원했다가 결국 그곳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된다. 엘리트 대학 학생들은 이런 게임에 익숙 해져 있고 기업들도 한번 길들여진 길을 수정 하지 않고 항상 다음 단계, 하버드 다음 하버 드, 옥스퍼드 다음 옥스퍼드를 찾게 되는 것이 다. 많은 졸업생들이 마지막에 황금 별이 없다 는 것, 다음 단계가 단지 더 높은 연봉과 더 긴 프레젠테이션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쯤 이면 이미 너무 늦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2, 3 년만 일하면 꿈을 쫓아 회사를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은 극소 수다. 어쩔 수 없이 코가 꿰는 것이다.
적어도 자녀에게 집은 사줄 수 있어 정치계나 싱크탱크에서 일하고 싶어 했던 유 능한 학생들도 처음에는 다른 길을 간다. 대학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연봉이 매우 높지만 격무에 시달려야 하는 로펌을 선택하는 경우 다. 학자금 대출만 갚으면 되는 2 년, 길어야 3 년 정도만 일할 거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목 표 달성 시점을 정해 놓기도 한다. 학자금을 다 갚게 되는 날이자 부채의 굴레에서 벗어나 는 의미의 액수를 크게 써 붙여 놓는다. 이 목 표 금액이 되면 정책 관련 일을 할 자유를 얻
게 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하지만 자유 는 움직이는 목표라는 것을 알게 된다. 물가 가 비싼 도시에서, 일주일에 100 시간씩 일하 고 한밤중에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 동료들과 어울려 살면서, 언제나 가장 가난한 직원이었 다. 학자금을 갚으면서 보너스를 받을 때마다, 새로운 직책을 맡을 때마다 그의 수입은 조금 씩 늘어났다. 덫은 서서히 조여왔다. 처음에 는 주택 모기지 대출이, 그 다음에는 집 수리 비가, 그리고 소위 ' 라이프스타일 인플레이션 ' 이라는 현상이 조용히 스며들었다. 좋은 아파 트를 사면 좋은 주방이 필요하고, 주방을 사면 그에 어울리는 칼 세트까지 사고 싶어진다. 새 로운 편의 시설을 갖출 때마다 더 큰 업그레이 드가 필요했고, 모든 것을 유지하기 위해 밤 늦게까지 사무실에서 일해야 했다. 높은 수입은 높은 지출을 부추기고, 높은 지 출은 더 많은 지출을 낳는다. 학자금 대출은 진작에 갚았지만 여전히 같은 로펌에 다니며 곧 떠날 거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었지만 세월 은 죄책감으로 굳어졌다. 아이들을 볼 시간도 없었고, 늘 너무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이제 는 오히려 몇 년 더 해야 되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적어도 아이들에게 집이라도 사줄 수 있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만약 지금 로펌을 그만두게 된다면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것이란 두려움이다. 사실, 직장 생 활만 고달픈 것은 아니다. 정치 분야나 정책 연구소 다른 정부 조직도 기업체와 같이 움 직이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공무원의 업무 는 기업 컨설팅 보다 더욱 굳어져 있다. 엘리 트 대학 출신들이 모두 실리콘 밸리의 자금을 받으며 창업에 올인하면서 페이스북이나 아 마존을 만들어내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사회 를 움직이는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에서는 이 런 일들이 부지기수로 벌어진다는 사실이다.
레이건, 대처, 그리고 빅 3 의 긴 그림자 이런 모습은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경제 시 스템 전반의 현상 중 일부다. 연구자들이 " 경 력 집중 현상( career funneling)" 이라고 부르 는, 학생들이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두세 가지 산업에만 집중하는 현상의 폭발적인 성장은 20 세기 후반 서구 경제가 맞이한 금융화와 규 제 완화 추세와 맥을 같이한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
가 주도한 신자유주의 물결은 자본 시장을 크 게 확장시켰다. 금융 상품 조작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산업을 창출했고, 그 결과 금융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동시에 정부와 기업들 은 시장 효율성이라는 명분으로 전문 지식을 민간 기업에 아웃소싱하기 시작했다. 이는 현대 컨설팅 산업의 탄생으로 이어졌 다. 오늘날의 빅 3 컨설팅 회사( 맥킨지, 보스턴 컨설팅, 베인 컴퍼니) 중 마지막 회사는 1973 년에 설립되었다. 이런 회사들이 국가 경제 수 익에서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그들은 능력주의 그 자체와 동의어가 되었다. 즉, 배 타적이고, 데이터 중심적이며, 표면적으로는 비정치적인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은 졸 업생들에게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소속감 과 정체성을 함께 제공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조용한 함정이 있다. 대도시의 생활비 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뉴욕과 런던 같 은 세계 금융의 중심지에서 편안한 삶은 사치 가 되었다. 뉴욕에서 독신 성인이 편안하게 생 활하려면 연간 약 13 만 6 천 달러가 필요하다. 런던에서 독신자가 기본적인 생활비, 교통비, 주거비를 충당하려면 한 달에 약 3,000 ~ 3,500 파운드가 필요하다. 재정 전문가들은 6 만 파 운드( 약 7 만 2 천 달러) 의 연봉은 단지 상대적 인 안정, 즉 저축을 하고 빠듯한 생활을 면할 수 있는 정도의 여유를 제공할 뿐이다. 그런데 영국 대학 졸업생 중 4 % 만이 대학 졸업 후 이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 초기 사회생활에서 연 봉 13 만 6 천 달러 이상을 받는 직업은 얼마나 될까? 22 세 청년이 대학을 졸업하고 드라마 ' 프렌즈 ' 나 ' 섹스 앤 더 시티 ' 처럼 대도시를 경 험하고 싶지만 부모의 지원이라는 든든한 버 팀목이 없다면, 그들은 그 기준을 충족하는 극 히 제한적인 직종에 종사할 수밖에 없다. 이 는 많은 사람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대신 단순히 높은 연봉을 쫓는 것으로 커리어를 시 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기업체나 기관 을 변화 지향적으로 만들 수도 있고, 위험 감 수 지향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아이디어만 가 진 수십 명의 인재들이 모인 실리콘 밸리의 신 생 기업은 현재 약 8 천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 업체가 성공한 이유 는 위험 부담을 줄였기 때문이다. 소액 투자, 빠른 피드백, 그리고 실패를 감수할 수 있는 문화가 그 비결이다. 정부 조직도 마찬가지로 할 수 있다. 1980 년대 싱가포르는 최고의 졸업 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기업들과 직접 경쟁하 기 시작했다. 조기 채용 제안을 하고, 결국에 는 고위 공무원 급여를 민간 부문 급여와 연동 시켰다. 논란의 여지가 있었지만, 이는 최고 의 인재를 유지할 수 있는 국가를 건설하는 데 기여했다. 비영리 단체들도 비슷한 교훈을 얻 었다. 컨설팅 회사의 채용 전략, 즉 선별적인 학생 그룹, 리더십 프로그램이라는 브랜드 이 미지 구축, 빠른 업무 책임 부여 등을 활용해 엘리트 학생들을 기업 이사회 대신 교실로 이 끌었다. 이들은 맥킨지와 모건 스탠리의 전략 을 그대로 따라 하면서 자선 활동이 아닌, 캐 리어 성공의 발판으로 삼았다. 하지만 물질적 압박은 여전히 이런 선택에 영향을 준다. 위 험을 감수하는 것을 특권으로 만들어 버린 것 이 오늘날 기업들이 직면한 진짜 문제다. 미국 은 노동 시장 침체로 최근 대학 졸업생들의 실 업률이 급증하고 있다. 대학과 고용주들이 실 패 위험을 줄이고 도전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 어야 한다.
대학 연구비 아이비리그는 겁만 주고 공립대학은 삭감 아이비리그 대학들 대부분 트럼프 엄포에 굴복
< 최민기 기자 > 트럼프 행정부가 아이비리그 대학들 길들이 기에 성공하면서 오히려 공립대학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 해 연방 정부의 대학 연구비 삭감에 대한 언론 보도는 대부분 하버드, 컬럼 비아, 코넬 같은 아이비리그 명문 대학에 미치 는 영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대학협회 의 관계자는 컬럼비아나 하버드 같은 명문 대 학에서 연구 자금을 삭감하는 것은 최고의 연 구자들에게서 자금을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라 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명문 대학들은 연방 연 |
구비가 창출하는 국가 과학 연구 성과의 극히 일부만을 차지할 뿐이다. 대부분 사적 영역이 나 상업화된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특징 중 하나는 빅테크 기 업들과 한 몸처럼 움직이면서 마치 미국 정부 도 이들 빅테크 기업들 멤버 중 하나처럼 행동 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아이비리그 대학과 엘 리트 대학의 상징인 하버드 대학 때리는 어느 수준에서 멈췄고 이는 빅테크 기업들이 좋아하 지 않은 까닭이다. 사실 빅테크의 핵심 브레인 들은 하버드를 비롯한 아이비리그 대학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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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다. 태생적으로 엘리트 사립대학의 우수 성과 독자적 연구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다. 그 렇기에 엘리트 대학의 연구비 삭감은 엄포 수 준에 그쳤고 실제로는 공립대학들이 연구비 삭 감을 실제 피해를 입었다. 정책 논의와 토론이 엘리트 대학 캠퍼스에서 일어나는 일에만 지나 치게 집중되어 있다. 공립 대학들은 조용히 국가 연구의 원동력이 되고 있지만 고스란히 삭감을 받아들일 수밖 에 없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첨단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 |
국의 혁신을 이끄는 진정한 기반은 미시건 대 학교,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조지아 공 과대학교, 그리고 뉴욕주립대와 캘리포니아대 학 같은 연구 중심 공립 대학들이다. 이런 기관 들은 미국 노동 시장에 필요한 과학, 기술, 공 학, 수학( STEM) 분야 졸업생의 압도적인 다 수를 양성하고, 연방 정부 지원 과학 및 공학 연구의 상당 부분을 담당한다. 그러므로 이들 대학의 연구비 삭감은 머지않은 미래에 미국 공공 기술의 전반적인 뒷걸음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7면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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